실패한 마케팅

 

아오안에다 불쌍하기까지 한 서태지의 초특급블록버스터 마케팅을 지켜보며, 결과가 나오기전부터 서까의 부담감을 확연히 표출해주던 여러 글들이 범람할 때, 사실 '서태지' 세글자 이상의 효과를 불러오는 마케팅 '꺼리'는 별로 없을꺼라는 생각을 했고, 따라서 비용대비 효과로 치자면 저들이 태지를 불쌍히 여기는게 아주 이해 안되는건 아니라서, 그러려니 넘겼었다.  오히려 나조차도 이런식의 마케팅은 팬들이나 관심있게 지켜보고 '태지는 역시 스케일짱' 하며 소소한 퐈심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를텐데 뭐하러 돈들여 시간들여 노력들여 이런 거대한 일을 벌이고 있나 효율성 측면에서 좀 아쉬워 하기도 하던 중, 20080729 앨범발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흉가동영상-미스테리써클-티저영상으로 연결된 일련의 사건은 내 인생 최고의 마케팅으로 기록됐다.  사실 마케팅은 사기다.  좋게 말하면 상품의 효용성에 대한 인지를 높여줘 만족도를 고취시키는거라 하겠지만 사실은 상품의 가치를 과장해서 부풀리는 경우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이번 서태지의 완벽한 사기행각은 나로 하여금 정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웃다 쓰러지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내 인생 30 넘게 살면서 이렇게 까지 유쾌하게 웃은건 진심으로 처음이다.  홍명보선수가 스페인전 승부차기 넣었을 때 보다 더 통쾌함.  앍!!!!!!!!!!!!!!!!

서까나 서퐈나, 모아이 part1이 이런 분위기의 음악일꺼라고 상상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을까.  티저음악이 깔린 마지막 홍보영상을 보면서, 나는 정말 텍3 버전2라도 나오는줄 알았다.  우주, 태초의 소리, 흉가, 미스테리써클.  당연히 뭔가 장엄하고 몽환적인 소리가 담겨질꺼라고 기대했던 나의 예상은 그대로 뒤통수를 맞아버리고.  아놔.  근데 이거 나 말그대로 사기당한건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하긴, 외계에는 리들리스콧의 에일리언만 있는게 아니라 스필버그의 이티도 있고 팀버튼의 화성인도 있고, 무엇보다 빵상아줌마의 빵상외계인도 있는데, 뿌찢뿌찢이라고 왜 없을까.  그나저나 뿌찢뿌찢은 빵상외계인들의 제2외계어 정도?

아무쪼록, 마술같은 마케팅이었다.  마술을 단지 눈속임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은 거기서 별 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마술하는 사람들의 진짜 목표가 사람을 속이는 데 있는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거라면, 그리고 그것을 멋지게 완성해낸다면, 관중들은 정말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오는거다. 

마케팅 티저와 실제 음악이 영 딴판이라 실망을 할 수도 있다.  티저엔 별 관심 없다가 노래 듣고 흥미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모아이 part 1의 빅재미는 일련의 마케팅활동을 지켜보며 나름의 계산과 추측을 통해 서태지의 음악을 예상하고, 무릎을 세우고 초조히 기다리다 발매 첫날 줄서서 드디어 음반을 구입하고, 물방울 소리로부터 한동안 '이건 뭥미'의 패닉에 빠져 있다가 마침내 '앍!!!!!!!!!!!!!!!!!' 소리를 지르게 되는, 마케팅 전과정을 통해 서태지와 1:1로 생성해낸 교감, 그리고 그에 대한 온전한 전복에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티저 없이 들었어도 충분히 의외고 신선하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1주일이 넘게 밤마다 하이킥차며 자지러지는건 없었을 것이다.  정말 99.9% 확신했던 사람들의 예측치를 단 한번에, 그것도 완벽하게 뒤집어 버리는 환상의 미케팅.  그 전 과정에 걸쳐서 단 한번도 삽질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ps.

앨범감상기, 컴백스페샬 후기, 하트 남발되는 러브레터 등 이티피 전에 다 써야 할텐데....

by cynic | 2008/08/08 05:09 | 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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